우리말에는 ‘표준발음법’이라는 게 있다. 제1장 총칙 제1항을 보면,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표준 발음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으로 한다는 표준어의 규정에 따른 표준어와 그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일부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효과를 [효과]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효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공짜를[공짜]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꽁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선가는 [꽁자]도 봤다. 도대체 뭐가 표준발음인가?
발음은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따라온다. 전통성이라 함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통적으로 ‘그렇게 발음해왔다’는 것일 테고 합리적이라 함은 뭔가 과학적인 규칙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물론 예외는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규정으로 우리말을 발음하는 일정한 방법을 정하고 있으니 이는 다시 말해서 우리말을 결코 아무렇게나 함부로 발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근데 그케들 아무러케나 쏘릴 내나?
우선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아보자. 한글은 자음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14자, 모음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10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이라고 하는 것은 각 자음의 이름이고 발음은 [그 느 드 르 므 브 스 으 즈 츠 크 트 프 흐]이다. 모음은 글자의 이름과 발음이 같으니 바로 ‘ㅏ(아) ㅑ(야) ㅓ(어) ㅕ(여) ㅗ(오) ㅛ(요) ㅜ(우) ㅠ(유) ㅡ(으) ㅣ(이)’이다.
그러므로 자음 ‘ㄱ(기역)’의 발음은 [그]이고 모음 ‘ㅏ’의 발음은 [아]이다. 그런데 표준발음법 제2장 자음과 모음 제2항과 제3항을 보면, 기본 자음과 모음에 자음과 모음이 결합한 새로운 모양의 글자들이 더해진다.
제2항 표준어의 자음은 다음 19개로 한다.
ㄱ ㄲ ㄴ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제3항 표준어의 모음은 다음 21개로 한다.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그러므로 우리말에서 사용하는 자음은 19개, 모음은 21개이다. 현재 우리는 자음과 모음 40개를 조합해서 수많은 글자를 만들어 쓰고 있다. 실제로 상용하는 글자는 2200개 정도이지만 단순히 조합할 수 있는 글자만 따지면 무려 12,000자가 넘는다. 인터넷에서 유행한 ‘아햏햏’ 같은 낱말은 상용 2,200자 안에 들지 않지만 조합할 수 있는 글자인 12,000자 범위 안에 든다. 그러니까 ‘아햏햏’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갥, 됋, 렲, 몣, 뱂, 뼰, 솲, 쓓, 읢, 죲, 춒, 쿻, 툲, 푰, 흻’ 등 온갖 글자를 만들 수 있다. 한글로 그만큼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니, 바로 이것이 한글자모의 여러 가지 우수성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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