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너, 우리말 발음은 어떠니?

봄뫼 2008. 11. 21. 22:43

 

  “너 영어 발음 참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거다. 아니면 그 반대인 “너 영어 발음 진짜 엉망이다!”를 많이 들어봤거나. 대개 둘 중 하나거나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이거나 뭐 그렇겠지. 그런데 “너 우리말 발음 좋다!”는 칭찬은 들어봤을까? 어쩌면 “우리말 발음, 그것도 신경 써야 돼, 그것도 좋아야 돼?”라고 반문하는 친구도 있겠지.

 

  영어를 배울 때 발음이 중요하다는 얘기, 정말 엄청 강조한다.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상대가 못 알아듣는다며 무지무지하게 겁준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예를 드는 게 ‘f’와 ‘p’의 차이다. ‘f’는 우리말 [흐]에 가깝고 ‘p’는 우리말 [프]에 가깝다는 거다. 그러므로 ‘fine’은 [화인]으로, ‘pineapple’은 [파인애플]로 발음해야 한다고 한다. 옛날에 미국 비행기 처음 탄 어떤 사람이 ‘pineapple’주스가 먹고 싶어 승무원에게 말했다.

 

“화인애플주스, 플리즈.”

 

  잠시 후 승무원은 좋은 사과주스를 갖다 주었다. [파인]을 [화인]으로 발음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말은 어떨까? 대충 발음하면 다 맞고 뜻이 통할까? 물론 웬만한 건 다 알아듣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제기획원’을 [갱재기헥언]으로 발음한다거나 ‘의사’를 [으사]로 발음하면 곤란하다. ‘교과서’를 [교꽈서]로, ‘고가도로’를 [고까도로]로, ‘깨끗이’를 [깨끄치]로 발음하는 것도 표준발음법에서 어긋난다. 우리말에도 ‘표준발음법’이라는 게 있어서 말 그대로 ‘발음의 표준’을 제시한다. “[꼬시] 예쁘다”라고 하면 틀리고 “[꼬치] 예쁘다”라고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달빛이’는 [달비시]라고 하면 안 되고 [달비치]라고 해야 한다. 그냥 눈으로 읽으면 아니 되고 실제로 소리를 내서 읽어야 실감할 수 있다.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다. 그래서 창피하다. 개망신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미친개한테 물렸는지 모른다. 그러니 이제라도 애들 영어 가르친다고 파출부하며 어학연수 보내고 심지어는 ‘알’인지 ‘아르’인지 소리 좀 내보겠다고 멀쩡한 애들 혀 자르는 천박한 짓 하지 말고, 과연 우리말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살펴보자. 무엇이든지 기초가 중요하다면 외국어공부의 기초는 튼튼한 우리말 실력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통역 번역학의 권위자인 한국외대 최정화 교수의 말을 빌면, 한국말 실력이 90점인 사람은 커서 영어를 배워 70점까지 할 수 있지만, 함국말 실력이 70점인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50점까지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별 언어에 관계없이 언어습득의 고갱이는 같다는 말이다. 그러니 유치하겠지만 아래 문장부터 소리 내어 잘 읽어보고 본격적으로 표준발음법을 살펴보자.

 

“강 건너 저 말뚝은 말 맬 말뚝이냐, 말 못 맬 말뚝이냐? 경찰청 쇠창살은 쌍 창살이고 시청 쇠창살은 안 쌍 창살이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암 기린을 그린 기린 그림이고 네가 그린 기린 그림은 숫 기린을 그린 기린 그림이다. 사과 할래 사과 먹을래, 개눈이냐 게눈이냐, 아기다리고기다리던데이트,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나냐너녀노뇨누뉴느니다댜더뎌도됴두듀드디라랴러려로료루류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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