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연음법칙

봄뫼 2008. 11. 28. 10:01

 

  살아보니 우리말을 발음할 때 가장 중요한 규칙이 바로 연음법칙이었다. 연음법칙이란 앞 음절의 끝소리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뒤 음절의 첫소리로 이어져 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여기 ‘꽃’이 있다. 이 ‘꽃’이 홀로 있을 때에는 [꼳], 즉 받침이 대표음 ‘ㄷ’으로 소리 나지만 ‘꽃’ 뒤에 ‘이’ 또는 ‘은’, ‘을’ 같은 토씨가 왔을 경우에는 받침 ‘ㅊ’이 뒤 음절의 동그라미를 내쫓고 그 음절의 첫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꽃[꼳]   꽃이[꼬치]   꽃은[꼬츤]   꽃을[꼬츨]

빛[빋]   빛이[비치]   빛은[비츤]   빛을[비츨]

 

  이처럼 앞 음절의 받침이 뒤로 자리를 옮겨 소리가 난다는 연음법칙은 우리말을 발음할 때 기본이 되는 규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규칙이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이’를 [꼬시]로, ‘빛을’을 [비슬]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혀가 잔뜩 꼬였나 보다. 여하튼 표준발음법 제13항에서 16항까지는 바로 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제13항을 보면,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이미 앞에서 설명한 내용 그대로이다. 그러므로 몇 가지 예만 더 들어둔다.

 

깎아[까까]     옷이[오시]     꽂아[꼬자]     밭에[바테]

있어[이써]     팥을[파틀]     솥테[소테]     앞으로[아프로]

덮이다[더피다]

 

  위 보기에서 ‘깎아’를 [까가]로, ‘옷이’를 [오지]로, ‘꽂아’를 [꼬사] 등으로 틀리게 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밭에’나 ‘팥을’, ‘솥에’의 경우 문제가 생긴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밭에 나가셨다.”란 문장에서 대부분 [바세 나가셛따]로 발음한다. [바테 나가셛따]가 맞다.

  “찐빵에는 단팥을 넣어야 맛있다.”에서는 대부분 [단파슬]이라고 하지만 [단파틀]이 맞다.

  “50인분이나 되는 많은 양의 밥을 지을 수 있는 큰 가마솥에 물을 채워 넣으려면 두레박질을 한참 해야 했다.”에서도 대부분 [가마소세]라고 하지만 [가마소테]가 맞다.

 

  이게 바로 연음법칙이다. 앞에 걸 떼어다가 뒤에 붙이기만 하면 되니까 도무지 어려울 게 없다. 제14항을 보면, “겹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엣것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이 경우 ‘ㅅ’은 된소리로 발음함).”라고 되어 있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넋이[넉씨]     앉아[안자]     닭을[달글]     젊어[절머]

곬이[골씨]     핥아[할타]     읊어[을퍼]     값을[갑쓸]

없어[업ː써]

 

  보시다시피 설명 그대로이다. 괄호 안에 ‘ㅅ’을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것은 위 ‘넋이’, ‘곬이’와 ‘값을’, ‘없어’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보기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 100 명 가운데 99명이 발음을 틀리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낱말이 바로 ‘닭’인데, 이 ‘닭’이 홀로 있을 때는 [닥], 즉 끝에서 ‘ㄱ’ 소리가 나지만 ‘닭을’은 [달글]로, ‘닭이’는 [달기]로 소리 내야 맞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말도 그 발음은 [달게 모가지를 비트러도 새벼근 온다]이다. 아무쪼록 ‘닭’을 만나면 조심하자!

 

  제15항을 보면, “받침 뒤에 모음 ‘ㅏ, ㅓ, ㅗ, ㅜ, ㅟ’들로 시작되는 실질 형태소가 연결되는 경우에는, 대표음으로 바꾸어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고 되어 있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밭 아래[바다래]     늪 앞[느밥]          젖어미[저더미]     맛없다[마덥다]

겉옷[거돋]            헛웃음[허두슴]     꽃 위[꼬뒤]

 

  실질 형태소란 구체적인 대상이나 동작 또는 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의 말을 뜻하는데, 위의 보기 ‘밭 아래’에서 ‘아래’가 바로 실질 형태소이다. 그러므로 [바타래]가 되지 않고 대표음 ‘ㄷ’으로 소리 나게 되어 [바다래]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늪 앞’ 역시 [느팝]이 되지 않고 [느밥]이 되었다.

 

  다만, ‘다만’을 보면 “‘맛있다, 멋있다’는 [마싣따, 머싣따]로도 발음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본디 [마딛따, 머딛따]로 해야 하지만 위의 발음도 함께 쓰기로 허용한 것이다.

 

  “공부도 잘 하고 놀기도 잘 하는 철수는 멋있다[머딛따/머싣따].”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다[마딛따/마싣따].”

 

  그리고 바로 그 아래 ‘[붙임]’에서는 “겹받침의 경우에는 그 중 하나만을 옮겨 발음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넋 없다’는 겹받침 ‘ㄳ’에서 앞에 있는 ‘ㄱ’을 뒤로 넘겨 [너겁따]로, ‘닭 앞에’는 겹받침 ‘ㄺ’에서 ‘ㄱ’을 뒤로 넘겨 [다가페]로, ‘값어치’는 ‘ㅂ’을 뒤로 넘겨 [가버치]로, ‘값있는’ 역시 겹받침 ‘ㅄ’에서 ‘ㅂ’을 뒤로 넘겨 [가빈는]으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가끔씩 나와서 우리를 혼동하게 하는 문제아, 즉 예외적인 낱말들이니 무조건 외워두자.

 

넋 없다[너겁따]     닭 앞에[다가페]     값어치[가버치]

값있는[가빈는]

 

  제16항은 “한글자모의 이름은 그 받침 소리를 연음하되, ‘ㄷ, ㅈ, ㅊ, ㅋ, ㅌ, ㅍ, ㅎ’의 경우에는 특별히 다음과 같이 발음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디귿이[디그시]     디귿을[디그슬]     디귿에[디그세]

지읒이[지으시]     지읒을[지으슬]     지읒에[지으세]

치읓이[치으시]     치읓을[치으슬]     치읓에[치으세]

키읔이[키으기]     키읔을[키으글]     키읔에[키으게]

티읕이[티으시]     티읕을[티으슬]     티읕에[티으세]

피읖이[피으비]     피읖을[피으블]     피읖페[피으베]

히읗이[히으시]     히읗을[히으슬]     히읗에[히으세]

 

  위 보기에서 빠져있는 자음 중 ‘ㄱ’과 ‘ㄴ’의 경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완벽하게 연음법칙이 적용될 것이다.

 

기역이[기여기]     기역을[기여글]     기역에[기여게]

니은이[니으니]     니은을[니으늘]     니은에[니으네]

 

  ‘ㄱ’과 ‘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의 7개 자음들을 연음시킨다면 다음과 같이 소리 날 것이다.

 

디귿이[디그디/디그지(구개음화)]     지읒이[지으지]                                치읓이[치으치]

키읔이[키으키]                              티읕이[티으티/티으치(구개음화)]       피읖이[피으피]

히읗이[히으히]

 

  그러나 제16항의 규정에서 ‘특별히’라고 설명한 것처럼 7개 자음의 경우는 연음법칙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특별하게’ 발음하면 된다. 구개음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나오는 ‘음의 동화’에 관한 규정을 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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