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경음화 4

봄뫼 2008. 12. 2. 08:20

 

  우리나라 사람들은 된소리 내는 걸 좋아한다. 된소리를 너무 많이 내면 성정이 거칠어진다는 일부 학자들의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는 점점 경음화 되어가고 있다. ‘공짜’를 ‘꽁짜’라고 발음하고, ‘가짜’는 [까짜], ‘고추’는 [꼬추], ‘주꾸미’는 [쭈꾸미], ‘닦다’는 [딲따], ‘과대표’는 [꽈대표], ‘번데기’는 [뻔데기]라고 발음한다. 외래어를 사용할 때에도 이런 현상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버스’보다는 [뻐쓰/빠쓰], ‘더블’은 어색하니 [떠블/따블], ‘댄스’는 [땐쓰], ‘팬티’는 뺀띠도 아니고 [빤쓰], ‘보너스’는 [뽀너쓰/뽀나쓰], ‘박스’는 [빡쓰]라고 발음한다. 이상하다. 왜 표기 따로 발음 따로 일까?

 

  표준발음법 어디에도 “표기는 ‘고’라고 하되 발음은 [꼬]라고 한다.”는 조항은 없다. 같은 얘기지만 “‘ㄱ’ 혹은 ‘ㅈ’ 등의 음절이 첫소리로 오면 경음 [ㄲ, ㅉ]로 소리 난다.”는 규정도 없다. 그러므로 생긴 글자 그대로 발음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첫음절에서는 그 어떤 것의 영향도 받지 않으므로 언제나 글자 그대로 발음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말의 첫음절에는 어떤 글자가 와도 경음으로 발음하지 않는다.”이다. 물론 표준발음법에 이와 같은 규정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 한글은 글자 자체가 발음기호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표기된 대로 읽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특별한 규정이 없어도 “우리말의 첫음절에는 어떤 글자가 와도 경음으로 발음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가짜[가짜]          고추[고추]          주꾸미[주꾸미]          닦다[닥따]

과대표[과대표]    번데기[번데기]    버스[버스]                더블[더블]

박스[박스]          댄스[댄스]

 

  그렇다면 ‘짜다’, ‘까투리’, ‘떡두꺼비’, ‘짱구’, ‘뚱보’, ‘빨리’, ‘찌꺼기’, ‘쫄쫄이’ 등도 본디 ‘자다’, ‘가투리’, ‘덕두꺼비’, ‘장구’, ‘둥보’, ‘발리’, ‘지꺼기’, ‘졸졸이’란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앞에 열거한 낱말들은 본디 그 낱말의 원형이 그렇게 생긴 것이지 결코 경음화 되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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