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영어를 처음 배우며 발음기호 때문에 정말 고생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알파벳이 같아도 속에 숨어있는 발음기호가 달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보기를 들면 ‘g’가 그렇다. ‘game’은 그 발음이 [ɡeim]이어서 [게임]이라고 발음하는데 여기서 ‘g’의 소리는 [그]이다. 그런데 같은 글자인 ‘g’가 ‘gentle’이라는 낱말에서는 [그]로 소리 나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gentle’은 그 발음이 [ʤéntl]이다. 한글로 표기하면 [젠틀] 정도이니 [그]가 아니고 [즈]인 것이다. 만일 알파벳 ‘g’의 발음이 [그]나 [즈]로 일정하다면 [게임]과 [겐틀]이라고 발음하거나 [제임]과 [젠틀]이라고 발음해야 할 것이다. 하나 더 보기를 들어보자. 알파벳 ‘c’ 역시 마찬가지이다. ‘cycle’은 [sáikl]이므로 [사이클]이라 소리 난다. 그러나 이 ‘c’가 ‘cat’안으로 가면 [kæt]이 되므로 발음은 [캣]이다. 그러므로 [사이클]의 ‘스’가 ‘크’가 된 것이다. 만일 이것도 [스]나 [크]로 그 소리가 일정해야 한다면 [사이클]과 [샛]이 되거나 [카이클]과 [캣]이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영어는 낱말 뒤에 발음기호가 숨겨져 있어서 그에 따라 소리를 내야 한다. 뒤에 숨겨져 있는 발음기호를 보지 않으면 함부로 발음할 수 없다. 그러나 한글은 발음기호가 따로 없고 글자가 곧 발음기호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이는 글자 그대로 발음하면 된다. 그래서 ‘감’이라고 쓰면 [그], 즉 [감]이라고 발음하고, ‘살’이라고 쓰면 [스], 즉 [살]이라고 발음한다. ‘감’의 ‘ㄱ’이 ‘그림자’로 가도 여전히 [그], 즉 [그림자]라고 발음하면 되고, ‘살’의 ‘ㅅ’이 ‘소라’로 가도 [스], 즉 [소라]라고 발음하면 된다. 굳이 이 얘기를 하는 까닭은 우리 한글이 영문자보다 우수한 점 가운데 하나로서 ‘한글은 글자가 곧 발음기호’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러니 한글에 발음기호가 없다고 섭섭해 하지 말고 보이는 그대로 발음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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