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하루가 는개처럼 내리는 저장되어 있는 메모리칩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먼
혹성에 전송한다 옥상은 좀 더 높은 곳에서 나의 과거와 교신하
기 위해 만들어진 송신탑이다 타다 남은 담뱃재처럼 바람 앞에
서 있는 마음 열어 미래의 나를 만나는 접선 장소이기도 하다
머리에 난 더듬이처럼 안테나를 세운 가장들이 자정을 넘기
면 집집마다 하나 둘 옥상으로 모여든다 어느 별에 있는 또
다른 자신에게 발신을 시작하면 뚜르르 뚜르르 귀뚜라미가 되
어간다 선율이 흐르고 사연과 사연이 만나 관객도 없는 음악회
가 열린다
협연이 끝나고 한 방울의 눈물이 이슬로 맺힐 때 옥상은 비
로소 아침을 맞이한다
- '촛불, 펜끝에 불을 붙이다'에서 김희정 시.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어 도서와 조선어 도서 (0) | 2009.01.07 |
---|---|
우리말글 운동을 하는 이유 (0) | 2008.12.19 |
집사람에게 들은 얘기 (0) | 2008.12.02 |
이유 (0) | 2008.11.30 |
아름다운 유언장 (0) | 2008.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