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삼류의 거리 19 - 옥상

봄뫼 2008. 12. 2. 08:09

  주어진 하루가 는개처럼 내리는 저장되어 있는 메모리칩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먼

혹성에 전송한다 옥상은 좀 더 높은 곳에서 나의 과거와 교신하

기 위해 만들어진 송신탑이다 타다 남은 담뱃재처럼 바람 앞에

서 있는 마음 열어 미래의 나를 만나는 접선 장소이기도 하다

  머리에 난 더듬이처럼 안테나를 세운 가장들이 자정을 넘기

면 집집마다 하나 둘 옥상으로 모여든다 어느 별에 있는 또

다른 자신에게 발신을 시작하면 뚜르르 뚜르르 귀뚜라미가 되

어간다 선율이 흐르고 사연과 사연이 만나 관객도 없는 음악회

가 열린다

 

 

  협연이 끝나고 한 방울의 눈물이 이슬로 맺힐 때 옥상은 비

로소 아침을 맞이한다

 

 

- '촛불, 펜끝에 불을 붙이다'에서 김희정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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